'검정 통과'는 품질 보증이 아니다 — 초등 사회 교과서 8종이 서로 다른 첫 해
오늘(9월 15일) 경향신문 단독 보도로, 초등 5학년 2학기 사회 검정 교과서 8종 가운데 한 곳의 책에서 동학농민혁명·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대한제국 성립이 모두 빠진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교육부는 검정 결격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 말은 변명이 아니라, 성취기준이 바뀐 결과를 그대로 설명한 것입니다.
2026년 9월 15일 경향신문(우혜림 기자)이 단독으로 전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된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사회 검정 교과서 가운데 한 출판사의 책에서 동학농민혁명 관련 내용이 통째로 빠졌습니다.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 대한제국 성립도 함께 실리지 않았습니다. 검정을 통과한 8종 중 이 세 사건이 모두 빠진 것은 이 한 종뿐입니다. 반대편에는 다른 3종이 있습니다. 이 책들에는 사건 설명에 더해, 동학농민군이 제시한 개혁안을 살펴보고 그들이 꿈꿨던 사회의 모습을 생각해 보는 학습활동까지 담겼습니다. 같은 학년, 같은 학기, 같은 과목인데 한쪽 교실에서는 개혁안을 놓고 토론하고 다른 쪽 교실에서는 그 사건의 이름조차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출판사는 해당 교과서를 포함해 전 과목 검정을 통과했고, 초등학교 전체 교과서 점유율 1위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점유율이 몇 퍼센트인지는 기사에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몇 개 학교가 이 책을 쓰는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습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등학생의 발달 특성에 따라 정치적 사건보다 생활사를 중심으로 서술한 것으로 보이며 교육과정상 검정에 결격 사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김태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과 흐름을 놓치는 우를 범했다"고 평가했고, 정호기 우석대 교수는 동학농민혁명을 "대표적인 민중 항쟁이자 훗날 3·1운동 등에도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 설명했습니다. 출판사는 민간 사기업이므로 이 글에서도 기사와 같이 사명을 쓰지 않습니다.
여기서 많은 학부모가 걸려 넘어지는 지점은 교육부의 답변입니다. "결격 사유가 없다"는 말이 책임 회피처럼 들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성취기준 문구를 나란히 놓고 보면, 그 답변은 변명이라기보다 바뀐 규칙을 그대로 읽은 것에 가깝습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은 "조선 사회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개혁을 시도한 인물(정약용, 흥선 대원군, 김옥균과 전봉준 등)의 활동을 중심으로"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괄호 안에 사람 이름이 들어 있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전봉준이라는 이름이 성취기준 본문에 박혀 있으면, 그를 빼고 교과서를 쓰기는 어렵습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해당 성취기준은 "조선 후기 사회·문화적 변화와 개항기 근대 문물 수용 과정에서 달라진 사람들의 생활을 이해한다"입니다. 인물도 사건도 문구에서 사라지고 '달라진 사람들의 생활'이 남았습니다. 검정은 교육과정을 기준으로 심사합니다. 기준에서 이름이 빠졌으니, 이름을 쓰지 않은 책도 기준을 위반했다고 말하기 어려워집니다. 이 변화는 우연이 아닙니다. 2022 개정 초등 사회과 교육과정 개발 과정을 분석한 연구(이해영, 역사교육연구 제43호, 2022)는 3~4학년군에 역사 개념 중심 성취기준 6개를, 5~6학년군에 생활사 중심 성취기준 9개를 두었고 '생활사의 적절성'이 개발 협의회의 주요 쟁점 중 하나였다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즉 이번 일은 출판사 한 곳의 일탈이라기보다, 생활사 중심으로 성취기준을 다시 쓴 선택이 교과서 단계에서 실제로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 준 첫 사례에 가깝습니다.
두 번째 대목이 학부모에게 더 직접적입니다. 초등학교 교과서는 원래 '전국이 같은 책'이었습니다. 초등 3~6학년 사회·수학·과학은 국가가 한 종을 만들어 배포하는 국정 체제였고, 교육부는 2019년 7월 30일 이 세 과목을 검정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예고했습니다. 대상은 교사용지도서를 포함해 총 65책이었고, 취지는 다양한 교과서로 교사의 수업 재구성과 학생 활동 중심 수업을 뒷받침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예고 당시 일정은 3~4학년 2022년, 5~6학년 2023년이었지만 실제 적용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시행 일정을 따랐습니다. 교육부 고시 부칙에 따라 2024년 3월 1일 초등 1·2학년, 2025년 3월 1일 초등 3·4학년, 그리고 2026년 3월 1일 초등 5·6학년 순으로 적용됐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지금 5학년 교실에서 쓰는 사회 교과서는, 초등 5학년이 국정이 아닌 검정 교과서로 사회를 배우는 사실상 첫 학기의 책입니다. 오늘 보도된 일이 '올해' 터진 것은 그래서입니다. 예전 같으면 '초등 사회 교과서에 무엇이 실렸는가'는 전국에 하나의 답이 있는 질문이었지만, 2026년부터는 학교마다 답이 다릅니다. 옆 단지 학교에 다니는 아이와 우리 아이가 같은 내용을 배운다는 전제는, 올해부터 초등 사회·수학·과학에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세 번째는 그래서 어디를 봐야 하는가입니다. 검정 체제에서 '무슨 책을 쓸지'를 정하는 주체는 교육부가 아니라 학교입니다.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교과용도서는 학교의 장이 선정하되, 국정도서를 쓰는 경우를 빼면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합니다. 실무적으로는 교과협의회의 검토와 추천을 거쳐 학교운영위원회가 심의하고 학교장이 확정하며, 선정 과정의 평가표와 회의록 등 관련 자료를 기록·보관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일정이 하나 있습니다. 학교는 교과용도서를 해당 학기 시작 4개월 전까지 주문해야 합니다. 3월에 시작하는 1학기 기준으로는 전년도 11월 무렵이 마감선이라는 뜻이고, 선정과 심의는 그보다 앞서 진행됩니다. 지금이 9월 중순이니, 2027학년도에 쓸 교과서의 선정 절차가 전국 학교에서 막 돌아가고 있거나 곧 시작되는 시기입니다. 학부모 입장에서 이 사실이 갖는 의미는 분명합니다. 이미 아이 책가방에 들어 있는 책은 바꿀 수 없지만, 내년에 아이가 받을 책은 지금 정해지는 중이고 그 자리에는 학부모위원이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가 있습니다.
다만 과장은 피하는 게 좋겠습니다. 교과서에서 한 사건이 빠졌다는 것이 곧 아이가 그 사건을 배우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수업의 실제 내용은 교사가 교육과정을 근거로 재구성하며, 검정 전환의 명분 자체가 '교사의 수업 재구성을 돕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반대로 '교과서에 실렸으니 충분히 배웠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이번 보도에서 학부모가 가져갈 결론은 특정 출판사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판단의 기준선을 한 칸 옮기는 일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학부모가 '검정 통과'를 국가가 내용을 보증했다는 신호로 읽어 왔습니다. 그러나 검정은 교육과정을 기준으로 결격 사유를 걸러내는 절차이지, 8종의 내용이 서로 같음을 보증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8종이 검정을 모두 통과했다는 사실과, 8종 중 1종에서 세 사건이 모두 빠졌다는 사실은 충돌하지 않습니다. 둘 다 검정 제도가 설계된 대로 작동한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통과했는가'는 더 이상 유용한 질문이 아닙니다. 올해부터 유용한 질문은 '우리 학교는 그중 무엇을 골랐는가'입니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은 3분이면 됩니다. 5·6학년 자녀가 있다면 사회 교과서의 뒤쪽 판권면에서 출판사와 저자를 확인하고, 앞쪽 차례에서 '동학농민' '독립협회' '대한제국'이라는 말이 나오는지 눈으로 훑어보십시오. 있으면 그대로 두면 되고, 없다면 그 자체로 문제라기보다 '우리 반은 이 부분을 수업에서 어떻게 다루는지' 담임교사에게 물어볼 근거가 생깁니다. 상담 주간이나 알림장·가정통신문 회신란을 쓰면 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려면 학교 홈페이지의 학교운영위원회 게시판에서 교과용도서 선정 관련 회의록을 찾아보십시오. 선정 경위와 평가 자료는 기록·보관하게 되어 있고, 회의록은 통상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됩니다. 그리고 내년에 쓸 책은 지금 정해지는 중입니다. 교과용도서 주문 마감이 학기 시작 4개월 전이므로, 3월 학기 기준 선정·심의는 가을에 이뤄집니다.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위원에게 '교과서 선정 심의 안건이 언제 올라오는지' 한 번 확인해 두면, 의견을 낼 수 있는 유일한 창구를 놓치지 않습니다. 교육과정 원문과 성취기준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면 국가교육과정정보센터(ncic.re.kr)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 사회과 원문을 볼 수 있고, 검정 절차와 일정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교과서 검정 누리집에 공개돼 있습니다.
오늘 확인할 곳
어떻게 골랐나
2026년 9월 15일 경향신문 단독 보도(초등 5학년 2학기 사회 검정 교과서의 동학농민혁명 등 누락)를, 2015·2022 개정 교육과정 성취기준 문구와 초등 사회 국정→검정 전환 일정, 교과용도서 선정 절차와 나란히 놓고 다시 정리한 편집 칼럼입니다.
교과서 누락 사실(초등 5학년 2학기 사회, 검정 8종 중 1종에서 동학농민혁명·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대한제국 성립 모두 누락, 다른 3종의 개혁안 학습활동 수록, 해당 출판사의 전 과목 검정 통과와 초등 전체 교과서 점유율 1위, 교육부 관계자의 '생활사 중심 서술·검정 결격 사유로 보기 어렵다'는 답변, 김태웅 서울대 명예교수와 정호기 우석대 교수의 발언)은 2026년 9월 15일 06:00 입력·06:40 수정된 경향신문 우혜림 기자의 단독 보도 기준입니다. 해당 출판사의 점유율 수치, 이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 수, 나머지 4종의 서술 수준은 보도에 제시되지 않아 본문에서도 단정하지 않았습니다. 출판사는 민간 사기업이므로 기사와 동일하게 사명을 쓰지 않고 '한 출판사'로만 적었으며, 교육부·한국교육과정평가원·국가교육과정정보센터 등 공공기관과 인용된 연구자의 소속 대학은 실명으로 적었습니다. 성취기준 원문 비교(2015 개정의 "조선 사회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개혁을 시도한 인물(정약용, 흥선 대원군, 김옥균과 전봉준 등)의 활동을 중심으로"와 2022 개정의 "조선 후기 사회·문화적 변화와 개항기 근대 문물 수용 과정에서 달라진 사람들의 생활을 이해한다")는 같은 보도에 인용된 교육과정 문구이며, 교육과정 원문은 국가교육과정정보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2 개정 초등 사회과의 5~6학년군 생활사 중심 성취기준 9개와 3~4학년군 역사 개념 중심 성취기준 6개, '생활사의 적절성'이 개발 협의회 쟁점이었다는 서술은 이해영, '2022 개정 초등사회과 교육과정 협의회에서 나타난 역사영역 쟁점: 1차 시안 개발 연구를 중심으로', 역사교육연구 제43호(2022)의 초록 기준입니다. 초등 3~6학년 사회·수학·과학의 국정→검정 전환과 총 65책(교사용지도서 포함), 전환 취지는 교육부가 2019년 7월 30일 발표한 '초등 3~6학년 사회, 수학, 과학 교과서 검정 전환계획 예고' 기준이며, 같은 자료에 실린 적용 시기(3~4학년 2022년, 5~6학년 2023년)는 예고 시점의 계획이고 실제 적용은 2022 개정 교육과정 고시 부칙의 학년별 시행일(초1·2 2024년 3월 1일, 초3·4 2025년 3월 1일, 초5·6 2026년 3월 1일, 중3·고3 2027년 3월 1일)을 따랐음을 본문에 함께 밝혔습니다. 교과용도서를 학교의 장이 선정하되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점과 해당 학기 시작 4개월 전까지 주문해야 한다는 점은 한국교과서협회가 게시한 교과용도서 관련 규정 기준입니다. '2027학년도 교과서 선정이 지금 진행 중'이라는 서술은 이 주문 기한에서 역산한 통상 일정이며 학교별 실제 일정은 다를 수 있습니다. 교과서에서 특정 사건이 빠진 것이 곧 해당 내용을 배우지 않음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점, 반대로 수록이 충분한 학습을 보증하지 않는다는 점을 본문에 함께 적었고, 특정 교과서나 학교의 수업 수준을 평가하는 근거로 이 글을 쓸 수 없습니다.
출처: 경향신문 — [단독]검정 통과했는데···초등 사회 교과서에서 사라진 '동학농민혁명'(2026.9.15, 우혜림 기자)
출처: 교육부 — 초등 3~6학년 '사회, 수학, 과학' 교과서 검정 전환계획 예고(2019.7.30)
출처: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 초등 3~6학년 '사회, 수학, 과학' 교과서 검정 전환계획 예고
출처: 경상남도교육청 — 2022 개정 교육과정(고시 부칙의 학교급·학년별 시행일)
출처: 경상남도교육청 —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성취기준별 성취수준(초등학교)
출처: NCIC 국가교육과정정보센터 — 2022·2015 개정 교육과정 원문
출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 교과서 검정
출처: 한국교과서협회 — 교과용도서 관련 규정(선정·학교운영위원회 심의·주문 기한)
출처: KCI — 이해영, 2022 개정 초등사회과 교육과정 협의회에서 나타난 역사영역 쟁점(역사교육연구 43호, 2022)